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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2005년 11월 25일 오피니언 A29

작성자: 숲연구소

조회: 16579 등록일: 2014-04-08

[독자 칼럼]소나무재선충과 산불, 우려만 할 일인가? 
 ▲ 남효창·숲연구소 대표 이학박사 
30여년 전 일이다. 소나무에 서식하는 송충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 온 국민이 산으로 송충이를 잡으러 간 적이 있었다. 20년 전에는 솔잎혹파리로 인해 소나무가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엔 소나무재선충과 산불이라는 새로운 불청객과 맞서 싸우고 있다.
소나무는 대체로 아주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자신이 자라난 땅이 서서히 비옥해지면 다른 나무들에 그 자리를 양보하는 나무다. 그래서 우리는 소나무를 ‘선구목’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소나무를 선호하기에 인위적으로 심고 가꾸고 지키려 한다. 소나무에 대한 강한 선호경향이 하나의 문화로까지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그러한 가운데 발생되는 여러 가지의 자연교란 현상은 어찌 보면 특정 생물을 선호한 당연한 대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그 규칙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느 한 종이 늘어날 경우 나타나는 반대급부 현상에 대해서 야단법석을 떨 일이 아니다. 산불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산불은 공중습도가 높은 경우, 즉 토양에 습도가 많고 숲 내부의 습도가 높은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인간이 소나무를 선택적으로 기른다는 것은 그 숲에 다른 나무들이 살 수 없게 한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척박하고 건조한 소나무 숲에 산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난히 소나무를 많이 기르는 강원도지방에 산불 빈도도 높다는 것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자연 안에서 한 생물종의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우, 다른 환경인자나 질병에 의해 그 개체 수가 자연적으로 조절이 되거나 자기 스스로 개체 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소나무재선충도 과거 송충이나 솔잎혹파리의 피해와 마찬가지로 소나무를 완전히 사라지게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소나무재선충이 지나가고 나면 살아남는 소나무는 더욱 더 강건해질 수 있다. 
 오늘날 숲이 풍성해지면서 야생동물들의 개체 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중 멧돼지와 고라니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는 매우 가시적이어서 언론에 자주 언급이 된다. 개체 수는 증가하지만 서식공간이 부족해 사람들이 사는 인가까지 밀려 내려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들이 살 수 있는 충분한 숲을 가꾸어 주거나, 적정한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숲과 다른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소나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나무의 개체 수가 기형적으로 많아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소나무의 개체 수를 줄여 다른 나무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산불이 많은 지역이나 재선충이 발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인간이 가꾸어 놓은 인공조림지다. 그러한 숲은 매우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최소 10년 후의 숲을 그리며 관리해야만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건강한 숲을 지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를 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또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진단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소나무와 산불, 그리고 소나무와 재선충이 가지는 연관성을 깊이 있게 고심한 후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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