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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6.주간조선] ‘길잡이’ 4권과 떠나는 의미있는 휴가

작성자: 숲연구소

조회: 16303 등록일: 2014-04-08

북적대던 일상을 피해 떠나는 휴가. 하지만 어딜 가도 북적대긴 마찬가지다. 돌아오는 길이 더 피곤한 것은 휴가지의 북적거림에 지쳐서인지도 모른다. 올 여름 휴가 땐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 자연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의미있는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4권이 나왔다.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박사이자 ‘숲 연구소’ 설립자인 생태학자 남효창씨가 쓴 숲 안내서다. 이 책은 흙·나무·벌레·동식물 등 숲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설명을 통해 숲에 대한 이해를 도운 뒤, 직접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뭇잎 조각 맞추기·낙엽 속에 들어가 눕기·숲 관찰하기·나무 냄새 맡기 등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방법도 아울러 담았다. 저자는 “애벌레는 매일 엄청난 양의 나뭇잎을 먹지만, 결코 하나의 나뭇잎을 다 먹는 법은 없다”며 “이것은 자연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애벌레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을 때 나무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방어물질을 내보내게 된다”며 “사람이 삼림욕을 하면서 상쾌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방어물질의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얘기를 통해 저자는 “단순히 숲을 통과하기보다는 숲에 사는 동식물들과 함께 숲의 일부분이 되려고 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1만3000원. 
  
“하지만 당신의 눈은 살아있잖아요” 
 
‘템플스테이-山寺에서의 하룻밤’은 불교신문 기자로 10년 이상 종교계를 담당한 불교전문기자의 산사여행 안내서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진정한 휴식을 원한다면 깊은 산 속 절에서 스님들과 함께 먹고 자며 2~3일을 지내보라”고 권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따로 없는 산중, 고요한 새벽 가슴을 울리는 법고 소리를 들으며 참선·명상에 빠져 보면, 한여름 태양처럼 이글거리기만 하는 내 안의 욕망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란 것이다. 조계종의 공식 지정사찰 11곳과 저자가 추천하는 4곳을 답사, 절의 위치·연혁과 건립 역사 등을 꼼꼼히 설명한 뒤 사찰별 템플스테이의 주안점과 특징을 두루 담았다. 1만5000원. 
 ‘자연속으로 떠나는 현장학습여행’은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장학습지 22곳을 소개한 책. 현지 자연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와 신화·전설·옛이야기 등을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 김재일씨는 고등학교 국어선생님 출신의 환경운동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학습지 가는 법·일정·준비물·관찰할 내용 등을 친절히 안내해준다. 숙박·음식점 관련 정보도 아울러 담았다. 1만2000원. 
 
‘길이 아닌 곳으로 가라’는 ‘나홀로 배낭여행’을 떠난 여성여행가 24명의 24가지 여행기다. 배낭을 메고 20개국을 걸으며 겪은 체험담을 여성의 입장에서 담았다. “여성들이 오래 기억하는 여행은 ‘찾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이기에, 여성의 여행은 남성의 여행과 다르다”는 것. 버클리 여류 작가 파멜라는 “라오스서 만난 뱃사공이 삶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바꿔놓았다”며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동굴엔 불상이 수백 개나 안치돼 있었다. 지난 600여년간 순례객들이 바치고 간 것이었다. 순간 카메라 배터리가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어쩔줄 몰라 하는 나를 보고 뱃사공이 놀라 물었다. ‘마담, 무슨 일 있어요?’ 내가 초조하게 말했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어요.’ 뱃사공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마담, 당신의 눈은 여전히 살아있잖아요.’”
  
이범진 주간조선 기자(<A class=con_link href="mailto:bomb@chosun.com" target=_blank>bomb@chosun.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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