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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6 연합뉴스] 숲 박사 남효창 씨의 자연 예찬론

작성자: 숲연구소

조회: 13413 등록일: 2014-04-08

<숲 박사 남효창 씨의 자연 예찬론> 
[연합뉴스 2004-07-26 16:21]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숲의 계절 여름이 뜨겁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 신의 삶을 맘껏 노래하는 때. 푸른 수림의 몸피가 며칠 사이에 부쩍 커진 가운데 온 갖 생명은 저마다 삶을 영위하느라 바쁘다. 남효창 씨의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刊)는 숲의 생태를 가까이 들여다 본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날마다 숲으로 `출퇴근'하며 자연과 교감해왔다. 그는 숲과 어깨를 나란히 걸고 친구처럼 산다. 더불어 숲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머 물러서 그 일부가 돼보라고 권한다. 
자연을 `정복'하면서 인간은 기고만장해졌다. 그리고 더욱 무지해졌다. 정복했 다면서 인간은 왜 숲을 통 모를까. 회남자(淮南子)는 일찍이 "인간을 알되 자연을 알지 못하면 진리의 세계에서 노닐 수 없다"고 갈파했다. 정복의 오만을 버리고 자 연과 더불어 살라는 뜻이다. 
저자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마술이 귀신을 부린다고 해도 자연에 버금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유명한 과학자나 마술사라 할지라도 미물과 같은 지렁이 한 마리 만들 수 없고, 잡초 한 그루 창조해낼 수 없다. 겸허하게 자연을 바라봐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소리소문없이 시나브로 변화하지만 숲은 자체의 조화와 균형을 은밀히 이루며 생명활동을 지속한다. 이 역시 인간으로서는 흉내조차 내기 힘든 과업이다. 남씨는 이처럼 위대한 과업이 없이는 우리는 절대로 지금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나뭇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의 경우를 보자. 애벌레는 매일 엄청난 양의 나뭇잎 을 삼키지만 그것을 깡그리 먹어치우는 법은 결코 없다.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여 지를 남겨둔다는 것. 애벌레는 잎을 모두 먹어버리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다. 
나뭇잎 역시 애벌레가 자신을 갉아 먹을 때 상당한 양의 방어물질을 내뿜는다. 삼림욕을 할 때 느껴지는 상쾌함은 바로 이 방어물질 때문이다. 즉, 애벌레와 나뭇 잎은 적절한 타협과 생존방법으로 자신은 물론 인간에게도 혜택을 안겨주는 것이다. 
저자는 `위대한 생명 숲'과 `영원한 생명 숲' 등 2부로 책을 엮어 자연을 찬찬 히 음미토록 했다. 나무, 흙, 동식물 등 숲을 이루는 요소들을 인간의 관점이 아닌 생태 환경 자체로 이해함으로써 그 본래 매력을 보여주는게 제1부라면, 이런 숲과 인간이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생태 문화 체험의 길을 소개한 것은 제2부이 다.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여 탄생한 도토리가 한 그루의 거목으로 성장할 확률이 우 리가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거나 상록수가 늘 푸르게 보이는 비결은 잎이 떨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돋아난 잎이 살아 있는 동안 다른 잎이 끊임없이 생 기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에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무는 대체로 수명이 짧고, 천천히 자 라는 나무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다는 대목도 인간생활과 비교해 시사하는 바가 있 다. 예컨대, 갯버들의 경우 대략 40년을 살지만 주목 나무는 수천 년을 살아도 끄떡 없다. 
숲과 인간 중 지구 생존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저자는 안타까운 얘기가 될 지 모르지만 숲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없으면 숲이 위험해지기는커녕 더욱 숲답게 살 수 있지만, 숲이 없으면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는 고사하고 존재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숲을 다시 보고 인식해야 함은 그래서 자명하다. 
34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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