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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8 불교신문] 체험교육지 ‘애벌레’창간한 남효창씨

작성자: 숲연구소

조회: 10795 등록일: 2014-04-08

체험교육지 ‘애벌레’창간한 남효창씨 
 
“진정한 교육은 교실 밖에 있지요” 
 
예술과 철학의 나라인 독일은 교육의 나라이기도 하다. 김나지움(인문계)과 레알 슐레(실업계)의 갈림길이 초등학교 4학년이면 결정되는 이 나라에서 아이들의 인생은 전적으로 교사의 결정에 달렸다. 4년동안 한 사람의 담임이 지도해 그 아이에 대해서 부모보다 교사가 더 잘 알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부모 역시 군말없이 담임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교사는 자유롭게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실컷 놀게 놓아두면서 세상의 다양한 단면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독일의 교육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인격의 탄탄함’을 알고 있다. 1999년 독일에서 박사를 마치고 귀국한 남효창〈사진〉씨가 숲연구소를 설립하고 〈애벌레〉를 창간한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국내 최초로 체험위주 교육지 〈애벌레〉를 펴낸 생태교육연구소 ‘숲’ 남효창 소장(43). 숲과 자연을 위주로 한 체험교육의 모든 지도안과 정보를 담은 창간호인 1월호 3천부를 일선 학교에 발송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학교는 흐뭇했다. 
작년 10월에 찍은 창간준비호 3000부의 인기가 대단했기에 이미 예견했던 일이었다. 작년 2월1일 설립한 숲 연구소의 회원은 어느새 3000명을 돌파했다. 초중등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의 호응은 여전하다. 
2002년 일선 초 중 고등학교에서 체험학습이 의무화되면서 재량시간 현장학습 사회봉사 등의 이름으로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쩔쩔매고 아이들은 도시락이나 까먹고 메뚜기나 괴롭히다가 하루를 버리기 일쑤였다. 남 소장의 바람은 교사들의 답답함에 물꼬를 터주고 현장학습이 대충 때우는 소풍이 아니라 소중한 배움의 순간임을 일러주는 일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험위주의 교육의 효과가 주입식 교육보다 최소 7배 이상 학습효과가 높습니다. 교육학자인 페스탈로치나 몬테소리가 강조했듯 인성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숲-자연 위주 체험교육 프로그램 소개
“여유와 느림 통해 상생의 길 배웠으면”
〈애벌레〉 창간호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의 예. 아이들을 숲으로 데리고 가 서로 다르다고 느껴지는 ‘보물(사물)’을 찾아오게 한다. 도화지 위에 아이들이 들고 온 열매 씨앗 나뭇잎 돌 흙 나뭇가지 등 자연을 이루는 거의 모든 사물을 놓는다. 가지의 일부를 꺾어 내거나 꽃잎을 떼거나 열매를 반으로 쪼갠다. 보물을 도화지 위에서 하나씩 빼내고 무엇이 빠졌는지 맞추기도 한다. 
‘앗! 무엇이 달라졌지’ 프로그램은 숲 속 보물들의 특성이나 생김새 이름을 직감적으로 기억하게 하고 숲을 이루는 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강요에 의한 암기가 아닌 놀이에 의한 이해가 핵심이다. 자유와 즐거움 속에서 아이는 자연을 배우고 자신도 이 자연의 일부인 작은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친한 사람들은 결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자연은 어울릴 뿐 서로를 억누르지 않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나 하나 편하기 위해 남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이 무시무시한 사회 전체의 죄다.
남 소장에게 독일은 새 삶의 계기였다. 무의미한 대학생활을 접고 1985년 건너갔을 때 숲의 장엄함과 숲만큼 크고 울창한 아이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숲을 전공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연이어 마치면서 숲의 아름다움과 푸근함을 속속들이 꿰었다. 귀국하자마자 숲의 교육적 효과를 우리나라에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학교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도 그의 강의를 들으면 숲의 가치를 비로소 깨닫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멀었지만 그 작은 변화는 자연의 진리로 인간을 되돌리겠다는 그의 의지에 한층 힘을 싣는다. 
조계종립 대구 능인중학교를 나온 남 소장은 성당에서 영세를 받았지만, 숲의 진면목을 아주 오래 전부터 홀로 알아온 우리나라 불교에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둔다. 
“숲의 가치를 알려면 거기에 절이 있느냐 없느냐만 알아보면 됩니다. 국립공원에는 어김없이 고찰이 있습니다. 숲을 제대로 영글게 하는 주체는 자연의 일부임을 아는 가람의 하심(下心)과 스님의 정성이지요. 체험교육의 장소로 절만큼 좋은 곳도 없습니다.” 
숲 연구소의 회원 가운데 고등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입시에 대한 부담감은 사람을 자연으로부터 멀찍이 이탈시킨다. 그들이 교과서와 학습지에서 배우는 풀과 나무는 인생의 중심을 꿰뚫는 통찰의 밑천이 아닌 남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무기일 따름이다. 우리 마음 속 사랑하기 위해 가고 싶은 학교는 어렴풋하고 경쟁하기 위해 가야 하는 학교는 서슬퍼렇다. 
“숲연구소를 만든 이유도 〈애벌레〉를 발간한 이유도 주변을 살피는 여유를 가져다주기 위함입니다. 느림과 겸손을 통해 자비와 상생을 진실로 알았으면 합니다.” 
〈애벌레〉의 앞자락에는 김지하 시인의 축사가 실려 있다. “숲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살리는 첫걸음은 ‘모심’이다. ‘모심’은 곧 ‘살림’이다.” 
한 페이지 넘기면 이윤하 시인의 시다. “여기, / 애벌레 한 마리가 있어 / 가느디가는 줄에 총총 매달려 몇 날 동안이나 버티어냅니다. … 우리, 이처럼 오래도록 푸른 시간으로 애태울 수 있는 것은 / 울울창창한 ‘희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섬김으로써 섬김을 받는 세상. 보도블록의 좁은 틈처럼 갑갑하고 모진 현실이지만 그 틈엔 어김없이 민들레가 핀다. 
 
장영섭 기자 <A class=con_link href="mailto:flowergirl@ibulgyo.com" target=_blank>flowergirl@ibulgyo.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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